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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 ‘한국미래기술’ 세계 최초의 탑승형 이족보행로봇 ‘메소드-2’에 담긴 이야기 정대상 기자입력 2017-02-16 1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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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4m에 달하는 거대한 이족직립보행로봇에 인간 파일럿이 탑승해 마치 영화 ‘퍼시픽림’의 한 장면처럼 로봇을 조종하는 동영상이 SNS를 떠들썩하게 했다. (주)한국미래기술의 ‘메소드-2’가 그 주인공이다. 이 로봇에 대한 외신들의 ‘진위’ 논란은 다른 시각으로 보면 메소드-2에 적용된 기술들이 범상치 않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직접 메소드-2 개발현장을 찾았다.
취재 정대상 기자(press2@engnews.co.kr)

 


봇이라는 단어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현대의 로봇들은 거실을 청소해주거나, 사람들을 안내해주거나, 또는 제조 현장에서 위험한 일을 사람 대신 해주고 있으며, 이 제각각의 형태를 지닌 기계들은 모두 로봇이라는 단어 하나에 묶여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 우리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생각해왔던 로봇, 다양한 문화 매체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로보트’라는 이름이 더욱 어울렸던 그것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로봇과는 다른 느낌이다.
사실 인류의 상상력은 문자를 통한 지식체계의 전달과, 이를 통한 기술의 축적을 바탕으로 구현되어 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상상력과 테크놀로지의 괴리는 끊임없이 존재했으며, 많은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을 지새우며 헌신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마 ‘그 시절 우리가 꿈꿔왔던 로봇’은 아직까지는 기술과 상상의 괴리 속에 존재하는 듯하다. 문화 콘텐츠의 흥행성을 보장하기 위한 ‘비약과 과장’이라는 테크닉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2014)’와 ‘로봇캅(2014)’ 등의 디자인을 담당한 할리우드의 디자이너 ‘비탈리 불가로프’는 이와 같은 콘테츠적 비약과 과장의 전문가이다. 이런 그가 지난 2016년 12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대한 로봇에 탑승해 직접 조종하는 장면을 담아 공개했고, 이후 12월 30일에는 이 로봇이 전후로 보행하는 시험영상까지 추가적으로 업로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로봇은 (주)한국미래기술(이하 한국미래기술)이 개발한 ‘메소드-2 (Method-2)’이다. 4m의 높이와 1.6t의 무게, 알루미늄 합금과 탄소섬유가 적용된 바디,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이용한 직관적인 로봇 조종과 이족직립보행이 가능한 이 로봇의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로봇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2016년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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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에 그려진 로봇을 현실로 꺼내다
한국미래기술은 해외는 물론 국내 로봇업계에서조차 생소한 이름이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것이 자명한 메소드-2를 개발해낸 제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극히 한정적이다.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영화 홍보를 위한 ‘그래픽’일 것이라는 추측성 의견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도대체 왜 이 메소드-2를 만들었을까.
한국미래기술의 임현국 대표이사는 “메소드-2의 기획 의도는 로봇이 아닌, ‘로보트’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로 요약했다. “로봇을 만드는 공학자들은 모두 꿈이 있다. 그 꿈은 대부분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 그러나 지금의 로봇들은 처음 로봇을 만들고자 했던 꿈을 꿨을 때와는 다른 형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어릴 때 처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영화를 보며 상상해왔던 로보트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로보트를 만들고 싶다’는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꿈에서 시작된 메소드-2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미션을 설정한 채 시작됐다. 가장 어려운 것부터 성공해낸다면 어떤 목표든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4m 이상의 이족직립보행로봇’이라는 미션이 확정됐다. 여기에 사용되는 모든 모터와 드라이브, 감속기는 물론 케이블까지도 전량 국산화하겠다는 미션도 추가됐다. 이것이 바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메소드-2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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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
“아직까지 메소드-2는 우리가 생각했던 수준의 로봇은 아니다”라는 임현국 대표이사의 말과는 달리, 사실 한국미래기술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거대한 로봇에 사람이 탑승해서 이족보행을 하기까지 동사는 고작 1년 8개월여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이 회사는 메소드-2에 적용되는 저속고출력모터를 사이즈별로 9종을 국산화했고, 22종의 파생모델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와 조직구성원들의 헌신이 수반됐다. “두어 달 만에 요구하는 제품이 개발됐으면 좋겠다”는 임현국 대표이사의 주문에 그들은 결과로 화답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직원들에 대해 “한국미래기술이라는 기업을 궁금해하기 이전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역설한다. 구성원들의 헌신과 노력에 집중해야지만 메소드-2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현재 메소드-2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 중에서는 로봇 외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임현국 대표이사는 그 이유에 대해 “로봇을 전공한 교수님들과 처음 콘셉트를 잡았고, 개발에 부족한 부분을 채움에 있어 학문적 기반이 아닌, 몸으로 반응할 수 있는 인재들을 찾았다”라며 “자동차 엔지니어부터 시작해서 전기·전자 전공자까지, 대부분 각자의 분야에서 20년 이상 기술력을 축적하며 다양한 리스크를 경험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다”라고 밝혔다.
로봇이 아닌 로보트를 만들겠다는 꿈에서 시작된 메소드-2이지만, 임현국 대표이사는 이 로봇사업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기업가이자 참모’라고 표현한 그는 “리더가 방향을 정했을 때, 참모는 최선을 다해서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라며 “기업가의 입장에서 메소드-2는 충분히 수익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며, 나아가 대한민국 로봇업계의 수준을 진일보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미래기술은 올해 험지보행 및 야외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메소드-2와 관련해, 추후 로봇의 크기에 적합한 파워를 확보하기 위한 유압 시스템을 도입, 유압과 서보의 상호 보완적인 구동을 실현할 계획이다. 또한 2.5m, 1.63m급 로봇 개발과 동시에 현재 추진 중인 재난대응용 로봇(바퀴주행 타입) 개발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올 하반기에는 변신자동차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mini interview (주)한국미래기술 임현국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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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메소드-2를 개발함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A.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버리는 것’이었다. 예컨대, 하나의 물건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 10가지가 있는데, 그 중 마지막 방법이 정답이라면, 차라리 최대한 빨리 9개를 실패해서 버리는 게 중요하다. 세상에 없었던 한 가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세상에 없었던 백 가지를 만들어내야 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버려야 했다. 예를 들어, 메소드-2의 몸체를 구성하고 있는 카본 소재는 한 번 성형이 잘못되면 수천만 원씩의 매몰비용이 발생된다. 메소드-2는 그렇게 개발된 로봇이다. 버리지 않으면 새 것을 만들지 못한다. 매몰 비용을 두려워했다면 만들 수 없었던 로봇이다.

Q. 메소드-2를 향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A. 우리는 사업가이다. 한국미래기술은 연구소가 아닌 개발센터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여러 목표들 중에는 꿈의 실현, 종속된 기술의 자립과 더불어 수익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도 포함된다. 우리는 메소드-2에 적용된 원천기술들의 완전한 자립을 통해 소비자가 요구하는 성능과 기능, 디자인의 로봇을 한 분기만에 만들어주는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목표이다.

Q. 모든 기술을 국산화한다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A. 쉬운 일이었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로봇산업에 있어 당사의 역할은 모든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업 내 가공센터를 설립하고 가공설비투자도 단행했다. 처음부터 우리는 메소드-2에 적용되는 모터나, 감속기 등의 부품을 다른 메이커의 것을 쓰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우리의 꿈을 남들에게 맡긴 채 기다리고 싶지 않다.

Q. 메소드-2 프로젝트에서 귀하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사업가이자 참모로서, 리더가 제시한 기획을 구현해내고,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바는 한 가지다. 소통이 잘 되고, 궁합이 맞는 조직을 구성하고, 이 구성원들을 부자로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함께 비전과 꿈을 공유한 팀원들의 헌신이 두드러졌다. 1년을 20개월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행군이 이어졌다. 팀원들의 결과물이 성능에 부합되지 않으면 “버리세요. 다시 하세요. 될 때까지 하세요.”를 수 없이 반복했다. 로보틱스란 하나라도 튀거나, 모자라면 전체 밸런스가 무너진다. 결국 이 밸런스를 위해 무수히 많은 부품들을 직접 개발하고, 적용하고, 버리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런 팀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상품화하고, 수익모델을 찾고, 수익을 얻어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얼마 전 외신에서 메소드-2에 대해 실재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철저하게 제품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모든 외부활동을 차단하고 있던 상황에서, 최근 당사가 외부에 정보를 오픈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의 추측성 기사로 이들의 노력이 폄훼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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